(주의: 거의 모든 사진을 취한 상태에서 찍은지라 다소 어수선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 마포구 한복판에서 크래프트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 부재료 임페리얼 스타우트&뉴 잉글랜드 IPA라는 크맥 트렌드를 충실히 따라가는 로컬 브루어리, 최근 핫한 브루어리를 논할 때 서울집시&서울비어프로젝트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브루어리. 모두 ‘미스터리 브루잉’에 대한 설명입니다. 오늘은 대한민국 크래프트 맥주의 신흥강자인 미스터리 브루잉을 방문했습니다!

 

 

제일 먼저 주문한 맥주는 지난 월요일 릴리즈된 따끈따끈한 ‘피치 사워 IPA’ 입니다. 미스터리 브루잉에서는 주기적으로 특정 과일을 테마로 한 비어 페스티벌을 열고 있습니다. 사실 피치 비어 페스티벌은 지난 여름에도 한 번 열렸지만 당시 정말 반응이 핫했기에 이번에 추가적으로 준비한 게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 물복&딱복 가릴 것 없이 복숭아를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맥주에 입을 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만족스러운 맛이었어요! 복숭아의 캐릭터가 강한 것은 아니지만 복숭아 특유의 단미와 산맛이 은은하게 납니다. ‘피치’, ‘사워’ 그리고 ‘IPA’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다고 생각해요. 사워와 IPA의 특징을 어느 정도 살리면서 여기에 추가된 복숭아가 화룡점정을 찍지 않았나 싶어요. 첫 스타트를 기분좋게 끊자마자 다른 맥주들도 맛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ㅎㅎ

친구가 주문했던 ‘건배(FROST) 뉴 잉글랜드 IPA’도 살짝 맛보았는데, 한 모금만이었지만 살짝 워터리하고 밍밍했던 기억이 나네요.

 

미스터리 브루잉의 장점 중 하나는 여러 맥주를 190ml 용량으로 맛볼 수 있는 샘플러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앞서 소개한 시즌 한정 맥주는 500ml 잔으로 맛볼 가치가 있지만, 거의 모든 맥주가 평균 이상이기에 샘플러를 주문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어요. 막상 가면 수많은 맥주 중 뭘 마셔야 하나 한참 고민하게 된답니다. 샘플러로 마신 맥주들은 번호 순으로 소개해 볼게요!

2번 오렌지 비앙코 사워는 ‘깔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워 특유의 적당한 산미에 오렌지의 캐릭터가 더해져 맛도 피니시도 굉장히 깔끔하게 떨어져요. 부재료도 아주 잘 사용했기에 여러모로 사워 맥주 입문으로 최고인 듯합니다.

4번 필스너는 라거 특유의 찐-한 몰티함이 인상적이었어요. 균형잡힌 쓴맛&단맛과 청량함이 합쳐져 시원하게 꿀꺽꿀꺽 마실 수 있는 맥주입니다.

8번 골든 에일은 구수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몰트 맛이 제일 두드러져요. 과장 좀 섞어서 할머니 댁에 가서 마시던 보리차를 떠올리게 하는 맛이네요. 은근한 과일 맛들이 몰티함을 뒷받침해주어서 역시 맛있게 마셨습니다.

11번 쥬스 뉴스는 최근 가장 핫한 스타일인 뉴 잉글랜드 IPA 맥주입니다. 딱 무난무난하게 맛난 뉴잉이에요. 음용성 좋고 트로피컬하고.. 딱히 흠잡을 데가 없이 잘 만들어졌어요. 괜히 스테디셀러가 아니라고 느낍니다.

12번 맥주는 최근 미스터리 브루잉 3주년을 맞아 만들어진 서부식 DIPA입니다. DDH(더블 드라이호핑)에 더블 IPA라는, 국내 브루어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니크한 조합을 보자 이건 시켜야겠다 싶더라구요. 맛도 몰티함에 힘을 준 느낌이었습니다. ABV 8%라는 체급에서 기대할 만한 것들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강하게 다가오는 몰트가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저 갈색 빛깔을 보자마자 ‘아 이건 맛있겠다’ 싶었습니다 ㅋㅋ

14번 맥주는 연남동 사루 카페와의 컬레버레이션으로 만들어진 사루 커피 스타우트입니다. 온탭되었을 때부터 맥덕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하길래 내심 기대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ㅋㅋㅠ 제가 커피 스타우트를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맥주는 체급이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커피의 캐릭터가 너무 노골적으로 나왔던 것 같아요. 살짝 깔루아 비슷한 맛이라 해야 할까요? 최근 먹은 스타우트들의 커피가 뒤를 받쳐주는 형태였다면 사루 커피 스타우트는 커피가 맨 앞에서 나서는 느낌입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취저 그 자체겠네요.

 

 

이제 안주로 넘어가 볼까요? ‘안주가 맛있는 로컬 브루어리’ 하면 항상 미스터리 브루잉의 이름이 나오기에 되게 설레는 마음으로 주문했답니다! 마르게리타 피자와 양고기 타코 다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맛있는 맥주에 맛있는 안주까지 더해지니 와.. 아직도 군침이 도네요. 하루만 늦게 갔다면 새로 출시되는 안주들을 맛볼 수 있었을 텐데 내심 아쉽습니다 ㅡㅜ

 

미스터리 브루잉에서는 온탭뿐만 아니라 테이크아웃 서비스 또한 제공하고 있어요. 제대로 된 캔입이 아니라 케그에서 맥주를 직접 따른 후 진공 처리를 하는 크라울러 방식이기에 가급적 사흘 이내에 마셔야 하지만, 맛있는 맥주들을 집에서도 마실 수 있다는 게 어딘가요 ㅎㅎ 저는 ‘올 투게더 뉴 잉글랜드 IPA’와 처음으로 마셨던 피치 사워 IPA의 베리에이션인 ‘깔라만시 피치 사워 IPA’를 테이크아웃했습니다.

 

향에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내는 강한 깔라만시! 일반 버전도 복숭아 향이 강한 편이 아니었어서 그런지 복숭아는 뒤에 깔려 있습니다.
맛은 진짜 오란씨 같은 탄산음료에 더 가까워졌어요 ㅋㅋㅋㅋ 역시 깔라만시가 지배적이고 피니시에서만 복숭아가 옅게 느껴집니다. 홉의 쓴맛 또한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애초에 도수가 낮은지라 알콜도 튀지 않기에 계속 마셔 봐도 오란씨 깔라만시맛 그 자체네요.
확실히 부재료가 잘 살아 있는 맛있는 맥주는 맞아요. 다만 정말 극한까지 쥬시&드링커블을 추구했기에 IPA의 기본적인 캐릭터를 기대하시는 분들이라면 실망하실 것 같습니다. 그냥 피치 사워 IPA에 비해 밸런스가 깨져 있기도 하구요. 그래도 저는 개인적으로 극호고 비슷한 레시피로 스무디 IPA를 만들어도 맛있을 거 같다고 느꼈어요.
맥주를 마시기 전에 ‘올 투게더 프로젝트’ 부터 알아볼까요? 올 투게더는 요새 가장 핫한 미국 브루어리인 ‘아더 하프’에서 시작한 범세계적 상생 프로젝트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여러 로컬 브루어리들이 휘청대는 상황에 크래프트 맥주 씬 전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고민하던 중 브루어리에서 개발한 뉴 잉글랜드 IPA의 레시피를 전면 공개한다는 과감한 결정을 했다고 해요. 이 크래프트 맥주 살리기 작전(?)이 제대로 맞아떨어져 채 반 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100곳이 넘는 로컬 브루어리들이 올 투게더 맥주를 만들었답니다. 우리나라의 미스터리 브루잉도 이 프로젝트에 동참했구요. 지난 여름에 첫 번째 배치가 나왔고, 제가 마신 맥주는 최근 다시 출시된 두 번째 배치입니다.
색깔은 뉴 잉글랜드 IPA답게 헤이지하게 잘 뽑혔고, 향은 트로피컬&시트러스에 약한 파이니함도 느껴집니다.
이제 맛을 봅시다. 미디엄 바디 정도에 탄산감이 꽤나 강하지만 음용성이 나쁘지 않네요. 홉의 비터와 함께 미묘한 풋내가 나는데 이게 불쾌하지 않고 트로피컬함과 잘 어우러집니다. 딱 평균 수준의 적당한 쓴맛이에요. 피니시에서도 홉 캐릭터가 기분좋게 남아있습니다.
질감이 약간만 더 몽글몽글했다면 크래프트브로스 브루잉의 라이프 IPA를 넘는 국산 뉴잉 0티어로 꼽지 않았을까요. 물론 지금도 충분히 맛있구요. 크라울러 테이크아웃이라 빨리 마셔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가격대에선 어중간한 수입&국산뉴잉은 다 뛰어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론 오늘 마신 미스터리 3종 뉴 잉글랜드 IPA(건배&주스뉴스&올투게더) 중 최고네요!
온탭부터 테이크아웃까지 오늘 하루 동안 미스터리 브루잉의 맥주를 원없이 즐겼네요. 저는 이번이 첫 방문이었는데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이라 아주 만족했답니다. 잠깐 맥주 이외의 이야기도 해 보자면, 시국이 시국인 만큼 방역과 방문자 체크도 철저하게 이루어졌고 쓰고 온 마스크를 보관할 수 있도록 작은 지퍼백을 제공하는 센스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이번 주말엔 미스터리 브루잉에서 신선한 복숭아 맥주를 즐겨보는 게 어떨까요? 늑장 부리다간 금세 품절될 수 있으니 최대한 빨리 방문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