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게 모은 바틀을 그저 장식처럼 진열해 두기만 하기에는 어딘가 아쉽습니다. 술은 생각보다 섬세한 액체이기 때문입니다. 온도와 습도, 빛 같은 주변 환경에 따라 향과 맛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고, 보관 방법이 잘못되면 본래의 풍미를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오래 두고 즐기고 싶은 술이라면, 각 주종에 맞는 보관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더 리쿼 매거진이 정리한 주종별 보관 가이드를 참고해 보세요.
1. 증류주 (위스키, 브랜디, 진, 테킬라 등)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는 기본적으로 유통기한이 거의 없는 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증발이나 산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보관 방식이 중요합니다.
-보관 방식
증류주는 반드시 세워서 보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와인과 달리 도수가 높은 알코올이 코르크와 장시간 접촉하면 코르크가 서서히 손상될 수 있습니다. 코르크가 약해지면 미세하게 공기가 유입되거나 부스러기가 술에 섞일 수 있어 맛과 향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온도와 빛
가장 이상적인 환경은 약 15~20°C 정도의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어두운 장소입니다. 특히 직사광선은 술의 색을 변하게 하고 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원래의 박스에 넣어 보관하거나 빛이 직접 닿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2. 와인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은 주류 가운데에서도 외부 환경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술입니다. 특히 코르크 상태가 와인의 보관 상태와 직결되기 때문에 보관 방식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보관 방식
일반적으로 눕혀서 보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와인이 코르크에 닿아 있어야 코르크가 마르지 않고 적당히 팽창한 상태를 유지해 공기가 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스크류 캡(돌려 여는 뚜껑) 제품이라면 굳이 눕혀 둘 필요는 없습니다.
-온도와 빛
와인은 약 12~14°C 정도의 서늘한 온도와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는 환경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일반 가정용 냉장고는 온도가 너무 낮고 진동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 보관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빛은 와인의 숙성을 빠르게 진행시키기 때문에 가능한 한 어두운 곳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3. 발효주 및 저도수 주류 (맥주, 전통주, 사케)
이 범주의 술은 증류주나 일부 와인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기보다는 신선도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숙성보다는 변질을 막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보관 방식
대부분 세워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탄산이 들어 있는 맥주나 막걸리는 눕혀 둘 경우 가스가 빠지거나 침전물이 넓게 퍼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술의 투명도나 풍미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온도와 빛
맥주나 살균하지 않은 생(生) 전통주, 사케는 냉장 보관이 기본입니다. 보통 약 5°C 정도의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발효가 계속 진행되어 맛이 변하거나, 경우에 따라 병 내부 압력이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직사광선은 풍미를 빠르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빛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술을 모으는 즐거움은 단순히 병을 진열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작은 보관 습관 하나만으로도 술이 가진 원래의 향과 맛을 더 오래, 더 좋은 상태로 즐길 수 있습니다. 잘 보관된 한 병의 술은 시간이 지나도 그 순간의 가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